공부하는 블로그

온라인 중독에서 벗어나기 본문

기타

온라인 중독에서 벗어나기

devtimothy 2019. 6. 9. 03:30

온라인 중독에서 벗어나기

중독의 이유

중독의 종류는 가지가지다. 운동 중독, 일 중독, 게임 중독, SNS 중독 등... 잘 살펴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 자신의 시간을 쏟아붓는다. 사람마다 각자 중독의 원인은 다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은 어딘가에 속해있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수 있는 곳에 있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SNS에서 글을 쓰면서 필력을 인정받아 작가가 된다던지, 게임을 잘 해서 프로게이머로 데뷔한다던지 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의 사람들이 더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중독은 우리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SNS 중독과 게임 중독에 한창 빠져 지냈었다. 특히 20대 초반에는 SNS에 참 겁없이 글을 올렸었던 것 같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외로웠던 마음을 글로써 풀었던 것 같기도 하고, 좋아요 수에 집착하여 앱을 지우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나게 된다. 나름 필력이 좋았었다고 혼자 생각했지만, 요새 들어서 글을 쓰려고 하면 한참이나 버벅이다가 글쓰기를 중단한다. 그닥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었구나. 그 당시에 좋아요를 눌러주던 분들께 참 감사함을 느낀다. 하핫. 덕분에 내면의 공허함을 잘 달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중독과의 사투

페이스북에 글 싸지르는 것을 그만둘 수 있었던 것은 몇번의 금단증상을 극복한 후에,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서였다.

초등 5학년때부터 중 3때까지 해왔던 리니지를 끊을 때 고레벨의 캐릭터를 수십개를 지웠었다. 금단증상이 발생해서 캐릭 만듬 - 키움 - 지움 의 루틴을 반복해왔는데, 이 루틴이 반복되면서 내 스스로 "열심히 키워봤자 한순간 마음먹고 지우면 없어지는게 캐릭터구나" 라는 허무감이 들어서 스스로 리니지를 끊을 수 있게 되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중독을 끊고자 했었다. 그간 수십, 수백개의 글을 싸질러놓았던 계정을 지울 때는 많이 어려움이 있었다. 페이스북은 탈퇴를 하면 14일간의 조정기간(?) 같은 게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그래서 14일 내로 다시 로그인을 하면 모든 글과 친구 관계가 그대로 맺어져있게 된다.

나는 이 14일의 기간을 못참고 금단증상이 와서 다시 좋아요가 몇갠지, 사람들의 댓글은 뭐가 달렸는지 보려 접속했었다. 이 기간을 이겨내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끊기까지 몇개월 걸린 듯 하다. 이때는 어떻게 금단증상을 버텼냐? 라고 하면 진짜 그냥 버텼다. 그래서 완전 탈퇴를 성공했냐고? 아니다. 얼마 못 가서 계정 다시 만들고 친구신청 하고 그랬다.

근데 하다보니까, 이게 굉장히 민망해지더라. 예전에 페이스북 친구였던 사람들을 보면,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보고, 인사도 나누던 사람들이니까 당연히 친할 줄 알았는데, 그들은 나를 잘 모르고, 나도 그들을 잘 모르더라. 근데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또 댓글에서 나와 다른 생각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글을 달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내 자신의 부족함도 느끼고,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해서 나의 부끄러움과 상실감은 나를 자연스럽게 페이스북과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쌓은 관계는 내가 득이 되지 않는다는 교훈도 주었다. 그게 벌써 대략 8년 전 일이다.

그 이후에는 프라이버시 문제 등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떠났고, 밴드와 같은 폐쇄형 SNS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계정은 어느 시점에 다시 만들었는가하면 개발공부 하면서 페이스북 로그인 기능 만들 때 생성했었다. 그래서 현실 친구들보다는 그냥 개발자 분들 친구 걸어놓은게 더 많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래도 무종교인 사람들에 비해 중독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이유는,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이런 에고(Ego)에 맞서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이다. 불가에서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기독교에서는 자기부인 (Self-denial)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필자가 게임 중독과 SNS 중독을 끊을 수 있던 계기 중 공통된 것이 있다. 무엇인지 알겠는가? 바로 "의도적 허무"이다. 사실 어디서 있는 말을 인용한 건 아니고, 필자가 지어낸 말이다.

내게 있어서 "의도적 허무"는 내가 공들여서 해놨던 게임 캐릭터를 지우는 행위나, 쌓아놓았던 "좋아요" 수를 포기하는 행위였다. 물론 의도적 허무를 수행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는 내가 문제가 있구나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마도 이 글을 찾아 읽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이 문제라고 느끼니까 이 글을 찾아왔을 것이다. 축하한다. 당신은 가장 중요한 단계를 잘 뛰어넘은 것이다.

두번째로는 내가 중독된 대상이 허상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자신이 쌓아왔던 것들이 다 별 것 아니구나를 깨달아야 한다. 물론, 나는 게임이던지 SNS이던지 뭐 하나 깊이 해보거나, 높은 탑을 쌓아올리지 않았기에 중독에서 빨리 벗어날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독의 대상에서 에고(Ego)가 형성되기 전에, 빠르게 발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높이 쌓일수록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더 쉽지 않게 되리라.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문제가 있구나 깨달은 그 순간 바로 그 중독의 대상에서 일초라도 더 빨리 손절하라.

내 에고(Ego)를 잘 뛰어넘어 SNS 계정을 잘 삭제했다면, (혹은 게임 캐릭터를 잘 삭제했다면) 그 이후에도 다시 게임으로, SNS로 되돌아 갈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반복해서 SNS(혹은 게임) 계정을 삭제하며 느끼게 되었던 허무감이 훈련되기 시작하면서 맛보게 된 허무감이 중독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후에 필자는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품 안에 속하게 되며, 소속감에 대한 안정과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며 중독에서 자연히 멀어질 수 있었다. 물론 개인마다 사정은 다를테지만, 개인적으로는 건강한 취미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아리나, 공동체에 속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좋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정 행동들을 비난하고자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다만 일상 생활에까지 지장을 줄 정도로 우리의 "취미"가 영역을 침범해 "중독"으로 발전한다면 이는 참으로 슬픈 일일 것이다. 바라건대 중독으로 인해 고통받는 누군가가 내 경험담을 읽고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더할나위없이 좋을 것 같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s